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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보기왕이 온다-사와무라 이치/이선희 옮김, 인간의 두려움이 만들어 내는 공포



오랜만에 일본 소설책 한 권 읽었습니다. 늘 마음과 심리를 성찰하고 세상의 흐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들을 읽다가 머리를 식히려는 차원에서 영화한 편 본다는 의도로 소설책 보기왕이 온다를 읽었습니다. 그런데, 가볍지만 않은, 생각을 많이하게 만드는 소설책이어습니다. 단순 공포와 추리가 섞인 그런 소설책인 줄 알았더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 보기왕이 온다 내용 


이 소설은 1장 방문자, 2장 소유자, 3장 제삼자로 총 3장으로 구성된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귀신이야기를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첫 장부터 주인공 다하라가 영매사와 같은 어느 여성과 겁에 잔뜩 질렸으나 침착하게 대화를 이어가며 소설은 전개됩니다. 주인공 다하라가 어린시절 접했던 보기왕이라는 두려운 존재는 사람 이름을 부릅니다. 불렀을 때 절대 대답하면 안됩니다. 어린시절에 잠시 경험했던 보기왕의 공포는 그가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그의 삶에 끼어들기 시작하고 그를 옥죄어 옵니다. 그는 보기왕으로부터 그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입니다.




■ 느낀점 


이 소설을 초자연적이고 비현실적이며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아주 위협적이고 공포스러운 보기왕에 맞서는 인간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 호러소설입니다. 호러소설이라고 국한할 수 없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이 소설엔 주인공 다하라 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 가나와 딸 치사,  오컬트 작가 노자키 그리고 노자키의 연인이자 영매사인 마코토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다하라가 가장 두렵고 무섭게 여기는 보기왕에 맞서 함께 싸웁니다. 보기왕의 실체를 파악하고, 보기왕이 다하라 가족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모든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보기왕을 읽다가 문득, 초등학교 시절 "홍콩할매귀신"과 "빨간 마스크" 괴담이 생각났습니다. 홍콩할매귀신도 빨간마스크에게도 저마다 사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맞닥들이면 어떤 대처를 해야하는지 등 정보를 공유했었죠. 괴담인 줄 알면서 그 속에서 느끼는 공포란 어떻게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집에 혼자 있을 때면 어두운 코너에 누군가가 지켜보는 것 같아서 집밖을 나가곤 했었죠. 여기서 보기왕은 내가 접했던 괴담 그 이상입니다. 전개 자체가 어둡고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하지만 보기왕의 실체를 파악하고 싶은 마음에 눈을 땔 수가 없어요. 몰입감이 참 끝내줘요. 그리고 특이한 점은 1장에선 주인공 다하라의 관점, 2장에선 다하라 아내인 가나의 관점, 마지막 3장에선 오컬트 작가 노자키의 관점에서 소설이 전개되는데요. 관점만 다를 뿐 결국엔 모두 연결됩니다. 서로 다른 관점이지만, 등장인물들은 공통적으로 각자 자신만의 결핍, 상처, 열등감에 사로 잡혀서 살아왔다는 사실. 이는 보기왕에게서 느끼는 공포와도 연결됩니다. 사람이 누구나 자기애가 강해서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합니다. 자신을 지켜내려는 마음이 강해지면 불같고 어두운 감정들이 샘솟을 경우가 있지요.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 또한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 두려움이 해소되지 않고 극대화가 된다면 공포로 전환되며, 공포에 질리면 사람은 극도로 잔인해지기도 하고요.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어떻게 표출되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의 맛을 봅니다. 이 소설을 보면, 천국과 지옥을 오고가는, 아니 지옥을 경험하다 천국에 이르게 합니다.



■ 책 속 글귀


p. 31 계속 참기만 하면 마음속에 나쁜 게 쌓이는 법이지.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대가가 온단다. 계속 참는 게 좋은 일은 아니야. 나는 참았어, 그러니까 용서해줄 거야.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란다. 세상은 ······ 세상은.



p. 243 오래 살았다고 해서 지식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사색이 깊은 것도 아니다. 흐리터분한 부정과 진부하고 모호한 말을 몇 번이나 듣고, 해가 저물었을 무렵에는 온몸의 기운이 쭉 빠졌다.



p. 267 인간은 옛날부터 생각했지. 자신과 똑같이 생긴 건 무섭다고, 봐서는 안 된다, 보면 죽는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왜일까?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어. 적어도 알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중략) 자신의 추악함과 교활함, 나약함, 어리석음을 자기 눈으로 보는 건 견디기 힘들 만큼 괴롭기 때문이지.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