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제시카 버크하트 외/임소연 옮김, 용기내어 털어 놓는 마음의 병 이야기
"마음" 혹은 "마음의 병", "주체할 수 없는 감정" 등은 내 인생의 화두입니다. 나는 끊임없이 마음과 감정을 공부할 것입니다. 마음과 감정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인데요. 예전엔 먹고 사는 일이 바빳기에 마음과 감정을 챙길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전의 노력으로 지금 시대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그 때 놓친 마음과 감정의 문제들이 속속들이 튀어나와서 사회적인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공부는 사회 및 경제공부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의 마음과 감정은 사회와 경제를 유지하는데 좌우되니까요. 그리고 가난하게 살았던 지난 시절, 나는 부자 혹은 성공한 사람들은 마음의 병 같은 건 전혀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들이 마음의 병을 운운할 땐 배부른 소리라며 콧방귀를 꼈습니다. 마음의 병은 가난한 사람들의 낙인과도 같은 것처럼 여겼고, 티를 내지 않으려고 무단히 애를 썼으니까요. 그러나, 부자, 성공한 사람, 가난한 사람할 것없이, 조건적인 것을 모두 배제하고 이 시간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이라면 마음의 병과 힘겨운 사투를 벌인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마음 앞에선 자격지심 따윈 버리고, 인간이라면 마음이 있는 존재이기에, 저마다 마음의 고통을 겪는다는 건 절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신작 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를 통해서 작가 31인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그 동안 아무에게도 전하지 못했던 그들의 마음의 병을 들여다봤습니다.
■ 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 내용 및 구성
이 책은 베스트셀러를 쓰고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31명 각자가 직접 경험한 마음의 병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식 심리책입니다. 자신의 일상을 방해하고 생사를 오고가게 하는, 괴물같은 다양한 종류의 마음의 병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하고, 그들 각자가 어떻게 마음의 병 그리고 마음의 병을 겪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극복하고 있으며, 또는 극복했는지를 각자의 경험담을 각자의 색채대로 담았습니다. 그리고 책의 가장 뒷면엔 31명의 작가를 소개하고 그들이 쓴 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느낀 점
나는 이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낸 적이 거의 없다. 사실 나는 내 진짜 모습을 숨기는 것을 사명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하지만 오늘부로 그 사명도 끝이다. 이제부터는 당당히 내 모습을 밝히며 살 것이다. 부끄러울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부끄러울 게 없다. 이 말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오늘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p.171(캐런 머호니, 정상보다 특별한)"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결핍을 티내지 않으려고 마음의 병을 숨기고, 이미 사회적으로 유명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이뤄둔 걸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마음의 병을 숨깁니다. 예전엔 마음의 병이있다고 하면 무조건 정신병자 혹은 정신질환자로 분류하여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을 취급했으니까요. 그래서 부정적이거나 이상한 마음에 관해선 늘 무시하고, 외면했으며, "정상"의 대열에 들어가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죠. 그러나 마음의 병을 무시하고 외면할수록, 마음은 더 피폐해지고 괴롭기만 했고 인생을 망치는 많은 사람들을 지켜봐왔습니다.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파괴적으로 몰고가는 일이 많아져서, 요즘엔 마음의 병을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많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신이 위험해지기 전에 용기내어서 마음의 병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이 책에선,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문학상까지 수상한 화려한 이력을 가진 작가들이 직접 경험한 마음의 병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마음의 병은 여전히 숨기고 싶은 치부라서, 그들은 마음의 병을 표현하는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의 화려한 이력만큼 마음의 병도 약물중독, 강박증, 공항장애, 조현병 등 아주 다이나믹 하더라고요. 마음의 병의 원인 유전적 환경적인 요인들이 주로 이뤘으며, 그럼에도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마음의 병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의지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극복해나가는 방식 또한 다양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마음의 병을 글을 쓰면서 승화했고, 여전히 그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듯 했습니다. 아주 극적인 극복방법은 없습니다. 앞서 표현한대로, 그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거기에 자책하지 않는 것, 그것 뿐이더라고요.
물질적인 풍요를 누린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성공한 사람이 해서, 마음의 병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고, 잘사니까, 마음의 병은 없어야 한다는 자격지심이 섞인 삐딱한 생각은 버려야겠더라고요. 그리고, 의외로 "마음의 병"이라는 주제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봤을 때, "사람 마음은 똑같구나"라는 공감대가 생기더라고요. 들키기 싫은 허점 같아서 마음이 무너져가도 누군가의 도움 받는 건 죽는 것보다 싫으며, 통제할 수 없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아프게 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시달리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마음 때문에 이상한 사람을 취급받을까봐 티가나지 않은 고통을 삭혀야하는, 즉 사람들의 시선에 너무 연연해서 마음의 병을 키워 온 사실들에 시선이 멈추더라고요. 마음의 병을 겪으면서 남의 눈치까지 보면 내가 겪고 있는 아픈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없고, 오히려 더 힘겨워집니다. 마음은 있는 그대로 읽어야 진정되고, 있는 그대로 나를 봐야,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작가들은 다른 필력으로 똑같은 메세지를 전하는 듯 합니다. 이 책은 마음의 병을 속시원하게 극복한, 극복기를 다룬 책은 아닙니다. 작가들이 그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의 병들을 아주 적나라게 적어내려간 책이라, 읽다보면 공감도 되다가, 함께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책 제목은 청명한 분위기가 감도는 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거야 이지만, 청명한 글들을 기대했으나, 밝음과 어둠의 비율을 따져보면 3:7입니다. 그리고 작가들 각자의 필력대로 적어내려간 글들이라, 어떤 글을 문학적이고, 어떤 글을 자기계발적이며, 어떤 글은 이론적인 다양한 필력으로 적어내려간 마음의 병을 마주할 수 있어요. 다만,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한 마음의 병을, 그들도 용기내어서 표현했으니, 독자들도 바람쐬듯 자연스럽게 표현해도 좋다고 손짓해주는 것 같아요.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지금 누구에게도 말 못할 마음의 병을 혼자서 끙끙 앓고 있다면, 이들의 글을 마주하면서 "세상에 마음의 병을 나 혼자만 겪는 건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마음의 병에 관한 명확한 극복법은 아니더라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나를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책 속 글귀 p. 22 불안증과 싸우던 당시,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을 되돌아봤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 인생이 근사하다는 것과 상황은 늘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안증을 겪고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나는 그 시간 동안 꽤나 많은 일을 해냈다. 삶의 속도가 그전보다 느려졌기는 하지만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산다. 그렇다. 나는 이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한다.(모리 존슨, 멍청한 괴물과 의사 흉내를 내는 꼬마) p. 40 자기관리란 말 그대로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이다. 거품 목욕을 하면서 나만의 힐링 시간을 갖는 것과는 다르다. 자기관리는 나 자신과 내가 겪고 있는 문제, 타고난 문제와 그 외 문제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그 문제를 이겨내고 살아남아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파악한 뒤,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중략)자기관리는 치료법이 아니다. 자기관리는 지속적인 노력이다. 자기관리를 하다 보면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할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다. 자기관리는 많은 경우 과학이라기보다는 끈기와 배짱이고, 처방전보다는 직감이며, 사실보다는 믿음이다. 나는 자기관리를 통해 힘을 얻었다. 내게 자기관리는 흥미롭고 절망적이며 동시에 매력적인 인생 프로젝트다.(사라 자르,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내가 지키는 일) p. 49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부터 정신질환을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이르기까지, 정신질환을 이야기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이미지다. 나는 정신질환이라는 용어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질환이라는 단어는 자동적으로 쇠약함과 전염을 암시하고, 쇠약해진 신체를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치료해야만 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은 경도우울증부터 인격장애, 조현병까지 그 범위가 매우 넓어 정신질환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그 모든 의미를 담아낼 수가 없다. (로런 올리버, 빛과 어둠) p. 93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는 것과 실제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일이다. 나는 내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비교적 쉽게 인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제길,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기까지가 진짜, 어렵다. 나는 그게 그렇게 싫다. 도움을 요청하면 내가 약해지는 것 같고, 혼자서는 엉망이 된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하는 실패자처럼 느껴진다. (앰버 벤슨, 나를 위한 선물, 상담치료) p. 105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머릿속 말도 안 되는 생각, 나를 기만하는 생각, 숨이 막힐 듯 나를 억누르는 생각과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왜냐하면 안타깝게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되, 말이 안 되는 말을 할 때는 뇌에 맞서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사라 파인,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p. 145-146 모두가 나를 이해할 수는 없다. 어떤 이들은 나를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나더러 극단적이라고 할 것이다. 내가 겪는 이 고난의 터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내 불안이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불안을 숨기려 하거나, 괜찮지 않을 때 괜찮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불안에 대처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떄문이다. (타라 켈리, 나쁜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며 산다는 것) p. 156 나는 나한테 '문제'가 없다고 나 자신을 설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평생 나를 다독이며 힘겹게 버텨왔는데 진짜 문제가 나라는 걸 인정하면 텅 빈 내 안이 그대로 무너져버릴 것 같았다. 낡은 스웨터에서 빠져나온 실 하나를 당기면 옷 전체가 망가지듯 말이다.(킴벌리 맥크레이트, 흘려보낸 시간들) p. 163 살다 보면 걱정 근심 없이 기분 좋은 날도 있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울한 날도 있다. 그런 날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 우울증을 안고 사는 것은 마치 옮길 수 없는 커다란 돌을 들고 다니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 돌에 큰 충격을 주어 잘게 쪼개어야만 짐으로만 느껴졌던 그 돌덩이가 단단하고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로 변신할 수 있다. (메건 켈리 홀, 나의 우울증) p. 176 그 모든 건 내 잘못으로 생긴 일이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사실을 다 알아도 나는 죄책감을 느낀다. 왜 정신질환 환자들은 자신이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가? 나는 늘 아픈 기분이었다. 비록 밖으로 보여줄 수 있는 상처나 증상은 없었지만, 끊임없이 나 자신과 주위 모든 사람에게 고통과 괴로움을 지우며, 따뜻한 날씨에도 담요를 뒤집어쓰고 흔들의자에 앉아 다시 태양이 떠오르길 기다리는 그런 환자였다.(캐런 머호니, 정상보다 특별한) p. 233 그때 나는 긴 시간을 들여 내 인생을 꼼꼼히 돌아봤고 아주 중요한 사실을 몇 가지 깨달았다. 먼저 불안은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리고 적절한 도구나 약물 복용 없이 나 혼자의 힘으로는 불안을 절대 통제하거나 극복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불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해서 못난 사람인 건 아니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불안을 겪는다. 단지 다른 사람들보다 잡초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정상'이거나 '멀쩡한'사람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일지도 몰랐다. 그런 깨달음이 내게 희망을 줬다.(캔디스 갱어, 불안과 잡초) p. 282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이 있다. 감정을 없애려고 할수록 감정은 더욱 거세진다는 것이다. 감정과 맞서 싸우고 감정에게서 벗어나려고 하면 그로 인한 고통은 더욱 커지고 길어질 뿐이다. 감정은 느끼길 워하고 느껴진 다음에야 비로소 끝이 난다. 나는 감정이 일시적이라는 사실을 더욱 명학하게 깨닫게 되었다. 또 내가 감정 때문에 죽지 않을 거라고 믿기 시작했다. 또 내가 감정 건너편에 닿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기 시작했다. (에이미 리드, 중독과 우울증이라는 쌍둥이)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