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투에고, 진짜 나에 대한 감성 에세이
매사에 늘 진지한 편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면 심오한 책들을 읽곤 합니다. 그 속에서 세상의 흐름과 삶을 대하는 방식들을 마주할 수 있는데요. 가끔 이에 몰입하다보면,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땐 글자가 적고 감성감성 글귀로 구성된 책자를 편안하게 읽으면서 머릴 식히기도 합니다. 이번엔 우리들에게 아주 친숙한 카카오프렌트 중 무지를 주인공으로 하고, SNS 인기 작가인 투에고가 만난 감성에세이 무지, 나는 나일때 가장 편해라는 책을 편안하게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 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내용 및 구성
서문에서도 언급했듯, 카카오톡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무지. 국민 캐릭터 중에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무지는 토끼 옷을 입은 단무지라는 사실! 토끼 옷을 입은 무지는 천진난만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아주 부끄러움이 많은 친구라고 책에선 소개합니다.그리고 무지가 등장하면 항상 따라 붙는 초록초록 미스테리 캐릭터 콘. 콘은 아주 자그마한 공룡, 혹은 새끼 용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알고보면 무지를 성장시켜주는 조력자라고. 캐릭터에도 특징과 스토리가 있음을 확인시켜주면서 투에고의 감성글귀를 더해 책 한 권을 채웁니다. 주로, 가면을 벗은 진짜 나 자신에 대한 일상적인 글들로 구성되어 있고, 프롤로그를 포함하여 1)다 잘될 거라고 말하진 않을게 2)불안은 토끼옷에 달린 꼬리 같아 3)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4)나의 외로움까지 사랑할래 5)혼자라서 좋고, 함께라서 더 좋은, 총 5파트와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느낀 점
무지가 단무지인 진짜 자신의 모습을 감춘채,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은 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해 우리 본연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정도로 나의 진짜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고, 적당히 조절할 수 있어야 사회에서 생존하기 수월하거든요. 그러나, 그만큼 나 자신은 온몸에 힘을 줘야하고 긴장을 해야합니다. 집에 돌아와 가면을 벗어던지는 순간 속이 후련하죠. 온몸에 힘을 빼고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고요. 하지만, 있는 그대로 나와 마주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사회에서 바라는 내 모습,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이 너무나 다른데, 내가 사회에서 바라는 모습을 지향하는 쪽이라면 내 본연의 모습을 혐오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건 일종에 내 마음 저 깊숙한 곳에 열등감 혹은 피해의식이 자리잡고 있어서 나를 이해하기도 힘들고 용서하기도 힘들고 특히, 받아들이기 조차 힘든 순간이 더 많아요.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인 나라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줄 수 있는 여유를 작가 투에고의 글귀를 보면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답니다.
다만, 카카오프렌즈 무지를 기반으로, 글들이 짜여진 듯한 느낌이 들어서 살짝 가볍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킬링타임으로 머리도 식힐겸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답니다. 글들이 마음에 확~ 와닿길 바라는 마음보단, 글귀 위에 눈과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생각으로 읽으면 좋아요.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일상에서 적응하고,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힘을 바짝주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중간에 짬을 내서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거든요.
■ 책글귀
p. 21 행운을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내게 찾아온 우연을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p. 38 실수는 꼭 짓궂은 그림자 같아. 졸졸 따라다니다가 느닷없이 나타나. 미처 준비 업이 마주하기라도 하면 도망치고 싶어지더라. (중략)이미 일어난 일, 자책해봤자 소용없다고들 하잖아. 그림자를 뗄 수 없는 것처럼 말이야. 어두운 밤 가로등 불빛따라 꼬리처럼 매달리는 그림자처럼 실수도 그냥 내 일부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해. 오늘밤도 나는 그림자와 함께 걷고 있어.
p. 59 마음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속삭임, 못 들은 척하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어. 자꾸 마음이 표정을 움직여서.
p. 78-79 (중량) 태풍이 온다더니 어김없이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 잿빛 하늘에서 거대한 천둥소리가 나더니, 번개가 내릴치기 시작해. (중략)그런데 이렇게 비가 내릴 때 집 안이 더 아늑하게 느껴져. 빗물에 어깨나 발이 축축하게 젖지 않아도 되니까, 따뜻한 이불 속에서 빗소리를 들어도 되니까, 방 안이 어두워지면 불을 켜면 되니까. 태풍을 막을 수는 없지만 안도감이 드는 건, 이렇게 사소하지만 따뜻한 것들의 존재감 덕분이야.
p. 96-97 내 안에는 두 개의 내가 공존해. 상처투성이로 웅크리고 있는 나와 살기 위해 치유하려는 내가. (중략) 서로 다른 '나'들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아. 가능한 한 마주치고 싶어하지 않거든. 그래도 그 둘이 평화롭게 만날 때가 있어. 바로 내 진심을 꺼내 글로 기록하는 순간이야. 이 시간을 통해서 난 비로소 내가 누군지 발견하는 것 같아. 아픈 나도, 치유하려는 나도 같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유일한 시간이라 그런가 봐.
p. 107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라는 영화를 찍기 시작해. 주의사항이 하나 있다면 이미 찍은 장면은 다시 찍을 수 없다는 거야. 롱테이크로 계속 이어져서 NG를 내도 다시 찍을 수 없으니, 실수를 할까 봐 진땀이 날 때도 있어. (중략) 역시 연기는 힘들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봐주는 이들과 함께하거나, 주변을 의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온전히 혼자 있고 싶어. 나는 나로 있는 게 가장 편하니까.
p. 137 외롭고 힘든 날에는 누구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 전화번호를 뒤져봐도,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누구에게 전화를 해야 좋을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나. 저마다 그럴듯하고 멋진 단어로 나와의 관계를 포장하지만, 다 부질없는 짓인 거 같아. 사실 이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알아? 나를 믿어주는 거, 나를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토닥여주고 응원해주는 거, 바로 스스로에게 가장 완전한 친구가 되어주는 거야.
p. 188-189 너도 그거 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사람보다는, 완벽한 줄 알았는데 커피를 마시다 흘리는 사람에게 더 호감이 간다는 심리학 법칙 말이야. 뭐, 우리가 겨우 하나만 부족한 건 아니겠지만, 어쨋든 실수가 호감을 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대. 아마 완벽하지도 않고, 실수도 하는, 그렇게 닮은 서로의 모습 때문에 우리 사이가 더 가까워졌나봐. 가끔은 부족함이 관계를 더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거지.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