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이야기

나는 뭘 기대한 걸까-네모토 히로유키/이은혜 옮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깊어 힘겨운 나에게


나의 능력이라고 한다면 상대의 마음을 빨리 파악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눈치가 빠르고, 무엇보다 상대가 어디가 불편하고 힘든지를 빨리 인지해서 그들의 짐을 덜어주는 걸 잘해요. 근데, 상대를 생각하는 동안, 내 자신은 방치되고 노력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 힘들어하곤 했는데요. 문제는 상대가 나에게 부탁한 바가 없고 내가 먼저 나서서 마음을 읽어주고 짐을 덜어줬다는 점에서, 나 또한 나를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는 점이예요. 물론 예전에 비해서, 상대가 부탁하기 전에 덜 나서는 편이지만, 예전엔 아주 자동이었어요.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이 천성적으로 타고난 내가, 상대에게 뭘 기대하고 그렇게 애를 쓰고 혼자서 상처를 받았는지, 내가 나를 아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더 알고 싶어서 나는 뭘 기대한걸까를 읽어봤습니다. 



나는 뭘 기대한 걸까 내용 및 구성


이 책은 '상대의 마음만 헤아리다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당신에게'라는 제목의 에필로그를 시작으로 1)남의 마음을 이렇게 잘 헤어리는데 나는 왜 힘든 걸까? 2)상대와 내 마음의 선을 긋는 기대하지 않는 연습 3)남에게서 나에게로, 배려의 방향을 틀다로 총 3파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저자가 이 책 내용에서 자주 언급하는 표현이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입니다. 아주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데요. 어느 순간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이 왜 상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지, 그리고 상댜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에서 선을 긋고,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들을 이 책에서 저자는 언급합니다. 




저자는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은 "원래 자기 기준에 맞춰 행동할 수 있는 자립한 인간(p. 76)"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주체적으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다가, 상대가 알아주지 않고 고마워하지 않으면 서서히 불만과 불신이 쌓이고 자립의 그늘에서 숨어 있는던 의존이 고개를 내민다(p.76)고 합니다. 조금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자면(p.76-77) "자립의 의존은 '타인으로부터 자립해가는 과정에 숨겨져 있는 자존심'이며, 상대를 기쁘게 해주고 싶고 편안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점점 '상대가 알아주고 기뻐해줬으면 좋겠다"는 욕구로 변한다고 해요. 즉, 좋은 마음에서 시작 한 것이지만, 결국엔 상대의 호의적인 반응에 연연하며 마음을 쓰고 행동을 해서, 노력한 만큼 반응을 얻지 못하면 상처를 받는다는 뜻이 되고요. 이렇게, 나를 파악할 수 있는 내용들이 곳곳에 있긴하더라고요.



그리고 파트별 주제에 따라 짧은 자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저자는 전하는 그 중에서도 와닿는 제목들이 있었고, 그만큼 그 글귀들이 어느정도 공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 느낀 점


아주 작은 어린시절부터 나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보면, 때를 쓰고 보채는 아이는 아니였고, 언제나 의젓한 아이로 자리잡고 있었어요. 나름 어린시절의 성향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린시절과는 다르게 요즘엔 오히려 때쓰는 일이 잦아졌다는 생각이 들긴했거든요. 특히 친정 어머니와 남편에게요. 내가 왜 그런지 곰곰히 생각해보니,어린시절엔 친정 어머니가 허덕이며 사는 것을 계속 지켜봐왔습니다. 어린 마음에서도 "엄마를 힘들게 하지 말아야지. 엄마를 도와줘야지"하는 마음이 내제되어 있긴했어요. 그 당시엔 뭔가 바라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만큼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보상으로 받고 싶었나봐요. 그리고 그런 행동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고, 심지어 가정경제를 도맡는데까지 했죠. 모든 것이 인정받기 위한 행동이었으나, 모두들 "영미는 알아서 잘 하는 아이"라고 말만 할 뿐, 잘해내는 건 당연히 나의 몫이 되었고, 많은 것을 껴안다가 결국엔 스스로 지쳐서 주저 앉았죠. 그리고 주저 앉는 동안에도 누구하나 일으켜주는 사람없이, 스스로 일어나야할 때 정말로 서럽고 힘들었고, 내가 마음을 준 모든 사람들에게 분노의 화살을 겨낭하는 것을 봤고 나는 괴로워했죠. 그만큼 독립심이 강하고 무엇하나 기대하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분노가 끓어오르면서 나도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어린아이같이 투정부리고 억지쓰는 나를 보면 내가 짜증날 정도로 내가 날 이해하지 못하는 때도 있었고요. 그리고 남편에게 마치 친정아버지가 아양을 받아주는 것처럼 잘 받아줘서 애기짓도 하고 재롱도 떠는 내 모습을 보곤 나도 깜짝 놀랐습니다. 철없이 굴어도 머릴 쓰다듬어주고 반응해주는 남편이 때론 모든걸 다 받아주는 친정 아버지처럼 든든해서 나를 다 내려놓기도 했죠.


아무리 날고 기는 사람이어도 결국엔 관심, 인정,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는 타고났다는 점. 그걸 먹고 성장하고 성숙해진다는 것을 알겠더라고요. 나는 아닌 줄 알았는데, 내가 어린애 같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기도 했는데, 인정하고 나니 한결 맘도 편하더라고요.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어리고 배려하는 사람들은 다른 누구들보다 인정욕구가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않을 수 없겠더라고요. 다만, 이를 인정하되, 상대의 마음이 내가 기대하는 만큼, 만족하는 만큼 내 마음을 완벽하게 채워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 스스로 나를 만족하고 충족시킬 수 있도록 스스로를 컨트롤 해야한다는 점도 다시 한번더 배웠습니다. 결국엔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나 자신에게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원리를 책에서 언급합니다.


같은 말과 같은 이야기가 어려번 반복되서 책의 내용이 아쉽긴 하지만, 상대와 선을 긋고 나를 챙기는 방법에 관해선 언급되어 있어서 실천에 옮기긴 수월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나름 독립적이며,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는 당찬 성격의 소유자라며 자부하지만, 한편으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서 끙끙 혼자서 속 앓이를 하고, 또 그런 자신을 한심하게 보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책 속 글귀 


p. 25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은 그 자리의 분위기를 미리 파악해서 평화롭게 마무리하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하지만 이는 분명한 '희생'이며,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는 행동일 뿐이다. 이러한 희생을 계속하는 한 당신은 무신경한 사람들에게 계속 휘둘릴 수밖에 없다.

p. 27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대의 의도를 파악해 그에 맞추어 행동한다. 하지만 때로는 의도를 잘못 파악해서 당황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것도 역시 상대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p. 32-33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능력은 매우 훌륭한 능력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도 없이 당신의 장점이며 가치이다. 이 능력을 스스로 비하하고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타인에게 지나친 기대감을 품고 오해를 하게 된다. 결국 기대는 무너지고 괴로운 마음만 쌓여간다. 이래서는 모처럼 얻은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단점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 허다할 것이다. 자신이 가진 능력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깨달으면 타인에게 기대하는 마음은 대부분 사그라든다. 

p. 58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항상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정작 자신은 소홀히 대하는 경우가 안타까울 정도로 많다. 사실은 몸도 마음도 괴로울 정도로 지쳤으면서 '저 사람이 더 힘들 테니까'라며 힘을 짜내고, 솔직히 여유가 없는데도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일을 한다.


p. 71 배려심이 많은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이리저리 관찰하고 분위기를 살피며 행동한다. 이런 행동이 자신의 순수한 기쁨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미움받기 싫다',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다','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실패하기 싫다','눈에 띄고 싶지 않다','창피당하기 싫다'와 같은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면 남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p. 73 베푸는 행동은 사랑에서 우러나는 행위다. 배려는 친절한 당신의 훌륭한 장점인데 그로 인해 고통을 받을 정도라면 잠시 접어 두자.


p. 80-81 자기 기준을 확립하면 지금까지처럼 다른 사람을 우선할 수도 있고, 자가 자신을 우선할 수도 있는'선택지'가 생긴다. 선택지가 생기면 우리는 처음으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자유를 느끼는 만큼 여유가 생기고 시야가 점점 넓어지면서 누군가에게 베푸는 일도 자연스러워진다. 이런 상태에서는 설령 상대가 기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당신의 배려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뭐 어때'라며 받아들일 수 있다.


p. 91 유착은 서로 지나치게 사이가 가까워 상대의 일을 자기 일처럼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자기 기준을 확립하면 상대에게 일어난 일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남의 기준에 맞추고 있을 때는 마치 자신에게 일어난 일처럼 느껴 정신적으로 강항 영향을 받는다.


p. 100 자기긍정감은 자신의 좋은 점, 나쁜 점을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 생긴다. 이를 위해 나는 '이게 바로 나야'라고 말해 보기를 자주 권한다. 예를 들어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서 행동했는데 오히려 그 일이 뒤통수를 치는 경우 우리는 무심코 자신을 탓하거나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사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그저 생각이 엇갈렸을 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 이 말을 떠올려 보자. '이게 바로 나인걸.'


p. 107-108, 110 우리는 스스로를 칭찬하는데 인색하다. 자기 기준을 확리하고 자기긍정감을 높이려면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자기 인정'이 필요하다.(중략) 자기 인정은 자신감을 키우고 자기 기준을 세워 자기긍정감을 높여 준다.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지 못해도 괜찮다. 그저 스스로를 인정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p. 113 상대의 마음과 생각, 가치관, 행동은 모두 상대의 것이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반면 나의 마음과 생각, 가치관, 행동은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분명히 구분해 두지 않으면 자기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에 휘둘리게 된다. 


p. 135 나는 늘 인간관계에서 "불편한 사람을 스승으로 삼으라"고 말한다. 자신과 스타일이 전혀 달라 대하기 불편한 사람이 바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 줄 스승이다. 당신이 그들을 불편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당신 자신이 싫어서 감추고 있는 부분을 그들이 드러내어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냉정한 사람, 메마른 사람이 불편하다면 당신도 이와 같은 면을 속에 감추고 억지로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인간관계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p. 158-159 간청하거나 부탁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상대에게 폐를 끼치거나 부담을 주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행위는 상대의 자존감을 높여 주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식하게 하며, 남을 돞는 기쁨을 가르쳐 주거나 베푸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간청하고 부탁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결코 부정적인 일이 아니다. 


p. 190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려 하는 당신의 행동은 이미 아름다운 사랑에서 우러난 행위다. 그러니 남의 마음을 헤어리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그대로 '사랑꾼'이라 정의해도 좋을 정도다. 이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사랑에 자신감을 가지면 당신은 틀림없이 행복해질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은 사랑꾼이다. 아름다운 사람을 가슴에 푼은 휴식 같은 사람이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책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