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돈만 벌면 소비만 하는, 일명 지름신이 자주 왕래했던 소비자였습니다. 그렇다할 좋은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니고,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대로 충동적으로 (불필요한)사재기를 한다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음식으로 (영양가가 없어도) 배만 채우는 쪽으로 소비를 일삼았습니다. 체계적이지 못한 무의식적인 소비패턴이 그 당시엔 잘못되었다고 생각 못했고, 그저 스트레스를 푸는 일환으로 생각했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책없는 소비로 인해서 나의 경제적 상황은 바닥을 쳤고, 정신을 차려보니 스트레스를 핑계로 (얼마 안되는) 돈을 마구마구 써왔다는 걸 자각했죠. 지금은 과거의 과오를 반성하고 소비습관을 많이 고친 편이며, 이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한스-게오로크 호이젤의 뇌,욕망의 비밀을 풀다Brain View의 책 제목을 접하곤, 뇌와 인간의 욕망에 어떤 연계성이 있을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봤습니다.
■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내용 및 구성
이 책의 저자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은 독일의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뇌과학, 마케팅 그리고 경제학을 접목한, (아주 생소한) "신경 마케팅"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합니다. 여기서 신경마케팅이란, "구매결정과 선택결정이 인간의 뇌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학문(p.20)"이며, 머릿속의 모던 감정 시스템과 동기 시스템이 자리 잡은 곳인 '대뇌변연계 Limbic System에 대한 과학적인 뇌 연구와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저자가 개발한 Limbic모델은 기업과 개인이 합리적인 마케팅 및 브랜드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돕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도구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신경 마케팅과 Limbic모델을 기반으로, 뇌를 분석하고 소비자들의 소비 동기, 감정, 가치, 성격 및 취향 차이를 이해하고, 마케팅 전략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자료들을 광범위하게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의 기본구성은, 개정판 서문 등을 비롯하여 1)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 2)구매결정을 하는 고객의 마음 흔들기 3)구매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방법들, 총 3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기업들이 궁금해하는, 고객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제품과 브랜드가 무엇인지, 실용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며 마케팅 이론과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고 자부합니다.
■ 느낀 점
뇌를 분석하여, 조금더 세밀하게 들어가 신경까지 분석해서 고객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들의 구매 동기, 소비성향 및 취향, 그리고 가치관 등을 관철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책의 초반에 언급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케팅 관련 신념(p. 17-20)들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주는데요. 1)고객은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2)고객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3)중요한 단 한 가지는 오직 가격이다 4)고객은 복잡다단한 욕구를 갖고 있으며,예측 불가능하다 5)중장년층의 지갑은 쉽게 열 수 있다 6)마케팅에서 성별 차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7)소비자들은 광고와 마케팅 전략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8)새로운 뇌 연구 장치가 고객의 실제 생각을 보여준다 와 같은 신념들이 잘못되었다고 언급하며, 이를 신경마케팅과 Limbic모델을 바탕으로 하나씩 분석하는 자료들을 제시하는데, 책 전체적으로 담고 있는 내용들이 아주 세밀하고 광범위합니다. 보고서와 논문을 읽는 기분이 들어요. 마케팅에 대한 기본이 잡혀있는 분들은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기본이 잡혀있지 않는, 그저 관심만 가진 나와 같은 사람들에겐, 아주 광활하게 느껴져요.
마케팅이 심리학, 인지심리학, 행동심리학, 철학을 비롯한 뇌과학까지 포괄하여 소비자 혹은 구매자들을 분석하여 소비로 이끄는, 넓은 범위의 분야라는 걸, 제대로 인지할 수 있었어요. 한창 스트레스를 풀 목적으로 소비했던 내가, 소비에 현혹되어 욕구를 충족하려했던 것도 뇌의 기능과 자극을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행했던 것임을 인지하게 되더라고요. 나의 소비심리가 나의 뇌 기능에 따라 어떻게 작용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마음 혹은 심리 다음으로 관심가지는 부분이 뇌과학인데, 뇌과학을 객관적이며 개념적으로 파고들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 책글귀
p. 15 우리의 뇌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가 경험하거나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소비행동과 구매패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동시에 소비자들이 자기 의지에 따라 자유롭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것이라는 믿음도 깨져버렸다. 아주 오래된 뇌 구조(동기 의식과 감정을 조절하는 대뇌 변연계 등)와 신경전달물질 및 호르몬이 소비와 구매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소비는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말은 결국 모든 소비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p. 20 (중략)'신경마케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정확히 무슨 뜻일까? 아주 실용적으로 표현해서 신경마케팅은 구매결정과 선택결정이 인간의 뇌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p. 40 이미 예전부터 경험적 사회연구와 시장조사, 심리학만으로는 고객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으며, 뇌 연구를 통해 보완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생물학적 메커니즘이나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이 고객과 소비자의 결정행동과 구매행동에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
p. 62-63 보상기대 시스템의 중요한 특징은 영원히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번 주어진 보상에 빨리 익숙해져 다음 번 보상에서 그만큼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갈망한다. 다시 말해 '더는 만족하지 않는다. 더 많은 것을 원해'라는 뜻이다. 보상기대 시스템의 영원한 불만족은 소비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요 원동력이다.
p. 102-103 고객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들의 동기 및 감정 프로그램은 이미 얻은 것에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이구동성으로 '더 많이'를 외친다. 그러다 보니 고객은 항상 돈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세상의 다른 모든 생물체와 마찬가지로, 인생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자원(돈)과 에너지로 최대한의 욕구를 만족시키라는 과제를 매일매일 부과한다. (중략) 이처럼 '적은 지출'로 '최대한의 즐거움'을 끌어내는 것(되도록 많은 동기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을 생물학과 철학에서는 '합리성'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이러한 형태의 합리성은 굉장히 감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긍정적이고 뿌듯한 감정은 최대화시키고, 부정적인 감정은 가급적 회피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p. 108-109 우리는 날마다 자유의지에 따라 많은 것을 스스로 결정한다. 아침에 일어나 직장에 가서 여러 가지 결정하고,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피곤에 지쳐 침대로 향한다. 우리는 자신의 운명을 이끄는 조종 장치를 손에 쥐고서, 매순간 우리가 가는 길을 스스로 정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이 이성적이고 의시적으로 행동한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또 이런 논거에 의해 우리를 의식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자로 규정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는 엄청난 착각이다. 뇌 연구에 의하면, 나의 '자아'가 자유롭고 의시적인 결정에 따라 행동하고 생각한하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p. 134-135 상품과 서비스의 감정적 평가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우리와 고객은 이러한 무의식적 평가의 결과를 의식에서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중략) 그러나 뇌와 무의식은 혼자서 비밀리에 작업하는 것을 즐긴다. 뇌와 무의식은 자신의 소유자에게 자신들의 계획을 알려주지 않은 채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여러분은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라며 '내 뇌와 신체가 내가 눈치도 못 챈 사이에 내 자아를 무시하고 행동한단 말인가?'라고 의아해할지 모른다. 바로 그렇다. 고객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그렇다. 머릿속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진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무의식적인 과정을 더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p. 138-139 (중략) 뇌는 진화 과정에서 되도록 에너지를 적게 쓰도록 프로그램되었다. 생각한다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뇌는 되도록 적게 생각하려고 한다. 뇌가 자발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보상이 주어진다거나 처벌을 피할 수 있을 때다. 감정의 주도권 외에도 뇌 연구는 우리에게 또 다른 '구매 증폭기'에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바로 단순함이다!(중략) 문제는 고통 및 처벌 중심부가 활성화되면, 고객은 그러한 상황과 자극을 피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이다. 기분은 바닥까지 떨어지고, 자신이 처한 위험과 상품 구매에 대비하기 위해 극도로 비판적인 상태가 된다. 반면 보상 중심부가 활성화하면 완전히 정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우리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예측 불가능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니 고객이 뇌를 최대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p. 141 우리는 뇌 속에 들어 있는 그 모든 경험들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자아'는 뇌가 알고 있는 내용을 알지 못한다. 뇌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과거에 이와 매우 유사한 상황에서 뇌 속에 저장된 무의식적인 규칙고 모형은을 인식한다.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이 무의식적인 규칙과 모형은 활성화되고, 우리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직관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p. 286-287 뇌는 각종 사건들을 연결해 우리의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이야기를 찾는다. 강력한 브랜드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것은 여러 중소 브랜드 제작사와 가족 기업에게는 곧 기회를 의미한다. 그들은 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대기업의 자금력에 대항할 여력이 부족하지만 다른 무기가 있다. 신빙성 있는 이야기가 그 무기다. 브랜드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브랜드와 결합되어 있는 가치와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전할 수 있다.
p. 288-289 소비자의 머릿속 자신의 브랜드가 차지할 지정석을 만들고 싶다면 브랜드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고, 개성을 살려 연출해야 한다. 이런 방식의 브랜드 연출은 결코 쉽지 않다. (중략) 브랜드 연출이란 브랜드의 아주 세세한 디테일과 신호를 일일이 신경 써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이때 우리가 유념해야할 것이 있다. 의식조차 하지 못한 여러 사소한 신호가 구매태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말이다.
p.292 고객이, 자신이 물건을 구매한 이유를 잘 알고 명확한 의식에 따라 구매결정을 한다는 건 잘못된 속설이다. 고객에게 물건을 팔고 싶다면 이런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라! 이성이 지배하는 의식을 믿지 말아야 한다. 정말 신경 쓸 것은 사소한 디테일과 제품 및 서비스와 관련된 무의식적 메세지다. 무의식적 메세지의 원칙은 광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훌륭한 광고 감독이라면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 등장하는 사소한 디테일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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