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통해서 만난 특별한 인연인 나나로부터 선물 받은 책 흔들리지 말고 마음가는 대로를 연초에 아침독서로 조금씩 아껴서 읽었는데, 가독성이 있어서 어느날 아침에 몰입해서 읽어버렸어요. 마음에 관한 알법한 내용인 줄 알았더니, 마음은 물론이고 사랑 그 이상을 말해주는 소설입니다.
■ 흔들리지 말고 마음가는 대로 내용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홀로 남은 할머니는 혼자서 몸을 챙길 수 없는 위중한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도 양로원 생활을 마다하고, 할머니가 직접 키운 채소밭에서 쓰려져 죽는 편이 낫다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할머니의 혈욱이라곤 집나간 손녀밖에 없습니다. 할머니는 딸을 먼저 떠나보내고 어린 손녀를 키우면서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손녀가 사춘기를 거치면서 그들에게도 알 수 없는 벽 때문에 마음으로 심리적으로 멀어져야 했고, 결국엔 손녀도 할머니 곁을 떠납니다. 할머니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할머니는 편지형식으로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적어가며, 삶을 되돌아보고 참회하며, 자신의 마음을 담담하게 표출합니다. 그녀의 모든 고백을 통해, 손녀의 앞날을 위해 충고하고 응원하는 글들로 전개되는 소설입니다.
■ 느낀점
살아오면서 가장 측은한 존재가 엄마이고 엄마의 엄마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이해를 할 수 없는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엄마의 나이가 되어보고 엄마의 입장이 되어봐야 안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절대 그럴 일음 없을 거야"라며 호언장담을 하죠.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할머니도, 겉치레에만 신경쓰고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존중해주지 않는 성장환경을 경멸했습니다. 그리고 절대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방식으로 훈육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아이를 낳아 기를 땐 절대적으로 아아의 생각을 존중하며 어머니와 다른 훈육을 한다며 철썩같이 믿었으나, 나중에 어머니와 다를바가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들에게 빠진 것이 있었습니다. 그건 '사랑'이었습니다. 할머니도 부모님께 바라는 건 사랑과 관심이었으나,정작 자신 또한 딸과 손녀에게 사랑을 주지 못해서 후회합니다. 겉치레와 무관심을 할머니의 부모님들을 통해서 배운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으로부터 사랑을 채워지지 않아 외부에서 사랑을 찾으려다가 방황했고, 그 동안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방치했던 것입니다. 사랑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처럼 여러세대에 영향을 미친다는 자체가 놀랍고, 할머니가 늘 언급하는 운명의 굴레는 정말로 벗어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을 품기도 했습니다. 그 굴레를 벗어나고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에게 달렸다는 말은 늘 들어온 말이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운명의 굴레가 두렵게 다가오는 듯 했습니다. 게다가, 사랑없이 방황해야 했던 할머니의 삶엔 생각치도 못한 반전이 있어서,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그래도, 할머니의 판단으로 살아온 삶을 손녀에게 이해해달라는 차원에서 합리화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서 사랑을 채우려고 하지 않은 어리석음을 후회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고, 홀로 남겨졌을 때, 할머니의 뒤늦은 깨달음으로 유일한 생존 혈욱인 손녀에겐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인내하며 마음에서 말할 때까지 기다리고, 마음에서 말할 때 그때 움직여서 마음가는대로 가라고(p.279) 합니다. 할머니는 손녀만큼은 자신과 자신의 딸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고집을 내려놓고 사랑을 표현하는데서 뭉클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부모님 중에, 어머니를 측은하게 여기면서도 원망하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땐 죽음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입장에서 읽다가 딸의 입장과 손녀의 입장을 오고가며 읽을 수 있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은 사랑이었지만, 그걸 알면서도 서로가 오외면해야만 했던 서로의 운명이 참 안타깝게만 느껴졌거든요. 딸의 입장에선 엄마가 사랑과 관심을 표출해댜 된다고 믿었고, 어머니의 입장에선 딸이 충분히 알 것이라고 믿었던, 서로 어긋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지속되었던 겁니다. 그리고 손녀대까지 넘어오는.. 그래도, 그 악순환의 굴레를 자기자신을 먼저 알고, 사랑하면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스스로 사랑도 채울 수 있고, 할머니를 향한 사랑, 어머니를 향한 사랑, 딸을 향한 사랑 그리고 손녀를 향한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고 보다듬을 수 있거든요.
■ 좋은글귀
p. 29 너도 팔십 대가 되면 알게 되겠지. 이 나이가 되면 자신이 늦가을 나무에 매달려 있는 잎사귀처럼 느껴진단다. 햇빛은 점점 줄어들고, 나무는 양분이 될 만한 것들을 모두 거둬들이지. 질소와 엽록소, 단백질들은 모두 줄기로 흡수되고, 잎사귀는 빛깔도 탄력도 잃어버리지. 아지 나무에 매달려 있지만 떨어지는 건 시간 문제야.
p. 45-46 언젠가 한 인도 철학책에서 '운명은 필연적인 것이고, 자유의지란 환상일 뿐이다'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어. 난 안도감을 느꼈단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몇 페이지를더 읽어보니 '운명이란 과거 행동들의 결과일 뿐이다'라고 쓰여 있더구나. 결국 운명은 자신의 손으로 만드는 거라면서 말이다. 난 출발점으로 되돌아와야 했지.
p. 76-77 변화는 소리 없이 천천히 쌓였다가 어느 한순간 폭발해버리지. 그래서 어떤 이는 갑자기 일상의궤도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삶을 살기도 해. 운명, 유전, 양육, 하나가 시작되고 다른 하나가 끝나는 곳은 어디일까? 이 미스터리를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정말 놀라게 될 거야.
p. 105 세월이 흐르면서 난 내 자신을 포기했단다. 내 마음 속 아주 깊은 부분을 버리고, 다른 사람, 내 부모님이 바라는 그런 사람이 되기로 한 거야. 말하자면 '인격'을 얻기 위해 '개성'을 버렸어. 너도 알겠지만 세상은 개성보다 인격에 더 높은 점수를 주니까./흔히들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격과 개성을 동시에 유지하기는 힘들단다. 보통은 인격이 개성을 한방에 몰아내 버리지.
p. 109-110 가장 기본적인 진실들이 오히려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는 걸 아니? 그때 진짜 사랑은 '강인함'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강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돼.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해 잘 아랑야 하지. 남들이 전혀 모르는 깊숙한 비밀까지도. 하지만 삶은 온갖 사건들의 연속이고, 평범한 사람들은 거기에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어. 그런데 어떻게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강해질 수가 있다는 걸까.
p. 117 모든 문제의 해결은 일상 속에서 나온단다.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는 복잡한 생각들을 버리고,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보는데서부터 출발하면 돼. 진정한 내 것이 아닌 것들, 외부에서 들어온 것들을 버리기 시작했다면 넌 제대로 가고 있는 거야.
p. 125-126 진드기와 해충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살충제를 듬뿍 뿌리고, 비바람을 막는 비닐도 씌우느라 밤낮 없이 일하면서 자기 정원이 아주 안전하다고 만족하지.그런데 어느 날 비닐을 들추어보면싹들이 모드 썩어서 죽어 있는 거야. 그냥 자연스럽게 크도록 내버려뒀다면 일부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 텐데. 무슨 말인지 알겠니? 인생에는 그런 대범함이 필요하단다. 주변은 전혀 살피지 않고 자기 자신만 성장하려고 하는건, 숨만 쉬고있을 뿐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p. 243 진실로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스승은 나 자신의 목소리뿐이란다. 이걸 발견하려면 조용히 혼자서 서 있어야 해. 마치 죽은 사람처럼 맨땅 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말이야. 처음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공포스럽기만 할 거야. 하지만 다음 순간 저 멀리서 아주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올 테지.
p. 278 너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종종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어질 때마다 이걸 꼭 기억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바꾸어야 할 것은 언제나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자신에 대한 생각 없이 뭔가를 바로잡고자 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단다.
p. 278 넌 세상 모든 것들의 안에도 있어 보고, 바깥에도 있어 봐야 해. 그래야 그늘과 휴식처름 제공할 수 있고, 너 자신도 적당한 계절에 무성한 잎들, 풍성한 열매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흔들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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