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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노자/소준섭 옮김, 긴장감으로 온몸에 실린 힘을 빼도록 이끌어 주는 동양고전



공자의 논어 다음으로 도전하는 동양고전 노자의 도덕경. 노자 하면 무위자연 無爲自然 정도만 알지만 정확하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노자 하면 도덕경이라는 사실도, 이제서야 겨우 알았습니다. 지금보다 한창 어릴 땐, 세상 살이가 이렇게 험난한 줄도 모르고 되는대로 살았지만, 지금은 세상이 살이가 험난한 것을 알기에 세상과 조금 더 친해지고자 인문고전을 가까이해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익숙하지만 한편으로 낯선 노자의 도덕경을 펼쳐봅니다.

 

■ 도덕경 설명 


도덕경을 설명하기 앞서, 도덕경을 쓴 배경을 알아보겠습니다. 노자는 주나라 도서관 관리자로 일하며 지냈습니다. 주나라가 시간이 지날수록 쇠퇴해지자 노자는 주나라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국경인 함곡관에 이르게 됩니다. 노자를 알아본 함곡관의 영윤(중국의 관직 이름 혹은 지방장관)은 자신을 위한 책 한 권을 써달라고 청했고, 노자는 자신의 생활, 왕조의 흥망성쇠와 백성의 안위화복을 거울삼아 "도"와 "덕"을 논하는 상편 "도경" 37편, 하편 "덕경" 44편, 총 81편의 책을 저술한 것이 도덕경입니다(자료 참조 : 현대지성 도덕경 책 표지 참조). 처음에는 <노자>로 칭했다가 훗날 <도덕경>으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노자의 도덕경에선 "도道"를 가장 중시하는데, 원래 "도道"는 도덕경이 저술되기 전부터 존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도덕경에서 말하는"도 道"는 가장 근본적인 것이며, 본원이며 실질(p. 23)입니다. 그리하여 '우주의 도','자연의 도'만이 아닌 만물의 개체의 수도修道 방법(도를 닦는 방법, p. 23)이기도 합니다. 노자는 "도道"를 철학적, 윤리적, 정치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자연의 "도道"에서 시작해서 윤리적인 "덕"으로 이르고 최종적으로 이상 정치의 길을 제시합니다(p. 10)

 

■ 도덕경 구성


이 책은 크게 머리말, 상편의 도경(37편), 하편의 덕경(44편)과 해제(책의 저자, 내용, 체재, 출판 연월일 등을 대략적으로 설명)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편과 하편으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저자가 각 편마다 소제목을 붙였습니다. 소제목 아래로 도덕경의 원문과 해설로 구성되어 있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자풀이"와 원문에 대한 배경 설명 혹은 추가 설명, 노자의 사상에 뒷받침하는 "깊이 보기"가 있습니다.





■ 느낀 점 


서문에도 언급했지만 노자 하면 무위자연이죠. 먼저 무위 無爲의 한자 뜻을 보면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음'입니다. 실제론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자연에 그대로 순응하여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않고, 사물의 객관적 규율을 준수하도록 돕는다(p. 27)는 뜻이래요. 그러니까 어떤 성과를 내거나, 직책을 원하거나, 잘 살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억지로 안간힘을 써서 아등바등 하는 것이 아닌, 주어진 상황에 맞게 하되, 나머진 자연의 순리에 맡긴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튀지 않으면, 누구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만 같은 세상에서 무위자연은 과연 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살짝 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요즘 같은 세상에 무위자연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도리도 할 만큼 하고 노력도 적절히 할 만큼 하고, 이후의 결과를 자연의 흐름에 맡겨두면 쉴 수 있거든요. 어차피 결과라는 것도 흘러가는 과정 중에 하나일 텐데, 과정을 과정대로 바라볼 수 있는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치열하게 부딪히듯 경쟁하지 않는 균형 잡힌 삶에 대한 간절함도 있습니다. 그래서 도덕경 8장 상선약수 上善若水, "최고의 선, 가장 높은 덕성은 마치 물과 같다" 구절에 마음이 꽂혔습니다. 노자가 자연의 만물 중에서 물을 찬양하는 이유가 물이 지닌 덕이 도에 가장 가깝다고 파악하기 때문입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만물에 자양분을 제공하며 절대 다투는 일이 없다는 것인데요. 물의 본성을 들여다보고 반성을 했습니다. 뭐랄까, 은연중에 나는 튀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특출나게 튀어야만 남들보다 잘 살 것이라 믿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을 경계하거나 살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많이 몰아붙이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쉽게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으니까요. 내실을 굳건하게 채워가는 것이 아닌, 노자가 지양하는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것에 현혹되어 아등바등 살았죠.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눈만 현혹하는 결과에 너무 치우 지면 스스로를 망치게 될 수 있다는 것도 도덕경을 읽고 깨닫게 됩니다. 도덕경을 읽다 보면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이 차분하게 가라앉습니다. 긴장해서 힘이 들어간 몸도 서서히 이완되고요. 힘을 뺀다는 표현이 낫겠네요. 힘을 빼니 한층 더 여유가 생기고 무엇보다 불안감도 사라집니다. 이래서 노자는 무위자연, 무위자연 하나 봅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온몸에 긴장감을 실어서 무조건 악착같이 살아가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손에 잡힐 듯 말 듯 한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하루도 쉬지 않고 무조건 달리기만 하는 분들에게도 추천드립니다. 도덕경은 힘을 뺄수록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알려줍니다. 공자의 논어보다 읽기 수월합니다. 그렇다고 쉬운 책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에요. 여러 번 되뇌며 음미해서 읽다 보면 와닿거나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있어요. 그 구절에 빠져들면 반성하거나,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건 여유를 찾는 방법도 알게 돼요.



 좋은 글귀 


p. 25-26 시이성인무위지사(是以聖人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 행불언지교 성인은 무위로써 일을 처리하고, 불언의 가르침을 행한다.

 

p. 27 노자는 일상의 사회현상과 자연현상을 통하여 만물의 존재를 기술하면서 그 모든 것들이 상호 의존하고 상호 작용하면서 대립하되 통일된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또 노자는 '무위'라는 개념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무위'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에 순응하게 하고 사물의 객과 규율을 준수하도록 돕는다.

 

p. 43 상선약수 수선이만물이부쟁(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 최고의 선, 가장 높은 덕성은 마치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할 뿐 다투지 않는다

  

p. 91 자현자불명, 자시자불창, 자벌자무공, 자긍자불장(自見者 不明, 自是者 不彰, 自伐者 無功, 自矜者不長) :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자 하는 자는 오히려 드러낼 수 없고,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자는 도리어 찬양받지 못한다. 자기의 공적을 자랑하고자 하는 자는 도리어 공적이 사라지고, 자신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자는 오히려 존중받지 못한다.

 

p. 92-93 『도덕경』은 '인위적'인 그 내용이나 '강제성 있는', 일종의 '주입식'의 가르침 때문이라기 보다 그 내용 자체가 인간의 본성에 가장 자연스럽게 부합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부담감 없이 편안하게 받아들여진다.

 

p. 105 노자 사상의 궁극이란 거짓과 사기, 탐욕, 기교, 쟁투爭鬪 등 온갖 세속적 오염에서 벗어난 본성으로 복귀하여 다시 '박朴'과, 소박素朴함과 질박質朴함의 상태로 원상 회복하는 것이다.

 

p. 110-111 "극에 이르면 쇠한다" 물극즉반 物極則反의 이치다. 오늘의 강함은 곧 내일의 쇠락을 의미한다. 그리고 빛과 광채의 배후에는 반드시 어둠이 있다.

p. 147-148 명도약매 진도약퇴 이도약뢰 상덕약곡 대박약욕 광덕약부족 (明道若昧, 進道若退, 夷道若纇, 上德若谷, 大白若辱, 廣德若不足) : 밝은 도는 마치 어두운 듯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도는 마치 물러가는 듯하며, 평탄한 도는 마치 구불구불한 듯하고 높다란 도는 마치 협곡인 듯하며, 가장 깨끗한 것은 마치 때가 낀 듯하고, 광대한 덕은 마치 부고한 듯하다.


p. 214 왜 사람들이 하는 일은 항상 거의 다 이뤄지다가 실패하는가? 노자가 보기에, 사람들은 일이 거의 이뤄지게 되면 마음이 풀어져 게을러지게 된다. 끈기가 부족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시작할 때 대단한 열정을 보이지만, 일이 거의 완성되려 할 때가 되면 그 열정은 그만 종적도 사라지고 만다. 그러기에 "초심을 잃지 말라"라는 말은 언제나 중요한 말이다.




p. 245 노자의 사상은 우주와 자연, 사회, 그리고 인간의 삶을 꿰뚫어 관통하고 통찰한다. 노자에 의하면, 이 세상의 강하고 굳센 것은 기실(사실은) 이미 결정에 이른 것으로서 그 자체로 삶의 생기生氣를 잃은 것이다. 반대로 유약하고 부드러운 것의 내면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삶의 생기로 충만해 있다는 역설의 진실을 노자는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도덕경
노자 저/소준섭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