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에도 여러가지 모양의 욕망이 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자유롭게 표출하고 싶으나, 표출해야할 것이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잖아요. 영화나 책을 통해서, 여러 색깔의 욕망을 보면, 내맘을 들킨 것 같아서 괜히 보기 싫거나, '난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냐"라며 고상한 척도 했었죠. 소설의 느낌상 뭔가 외설적인 느낌이 들면, 작품으로 들여다 보지 않고, 괜한 도둑이 제발 저린냥, 호기심은 있는데, 이런 마음을 어떻게 들여다 보고 다뤄야할지 몰라서, 야한 이야기나 오고가고 다소 비도덕적인 전개로 흘러가면 못 읽고 못 들여다 봤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표출은 직접적으로 하지 못해도 스스로에게는 솔직해지자는 차원에서, 신간 소설 그녀,아델을 읽었습니다.
■ 그녀, 아델 줄거리
35살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파리지앵 아델, 그녀는 신문기자이며 의사남편과 귀여운 아들도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그녀의 삶은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아주 안정적입니다. 누구나 그녀와 같은 삶을 원하겠지만, 그녀는 그녀의 일상을 만족할 수 없어서 아무에게나 쉽게 자신의 몸을 허락하며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감행합니다. 즐긴다는 개념보다는 자신에게 폭력을 가할 정도의 자극을 추구합니다. 그녀는 성욕을 표출하고 남자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두려운 것은 고독입니다. 고독을 떨쳐내고자 대범하면서도 은밀하게 자신의 성욕을 표출합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끝날 줄 모르는 그녀의 질주에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 느낀점
이런 류의 소설을 읽으면, 단순히 "외설적"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을 이해하지 못할 땐 그랬어요. 하지만, 여자로서 삶을 살아가면서, 아니. 성욕을 느끼는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었을 땐, 읽어내기엔 조금 껄끄럽다가도, 뿜어져 나오는 성욕을 가감없이 표현하는데 희열도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성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아직 낯간지러워합니다. 하지만 글로 표현된, 그 동안 억눌린 원초적인 본능을 마주한다는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선 자신의 삶을 만족할 줄 모르는 파리지앵 여성의 욕망을 표현하는데, 그녀를 통해서 우리들의 자아상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조건을 채워갈수록, 또 다른 것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모습. 채워가는 건 행복과는 완전 반비례되는 아주 아이러니한 상황과 항상 씨름합니다. 무엇보다 주인공 아델이 두려워 하는 고독. 고독에 대한 의미와 정의가 새롭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아직까진 고독을 통제하기엔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겁없이 성욕을 폭발적으로 표출하다가, 이후엔 더욱더 심한 고독을 느끼는 아델을 보고 있자면 고독은 없앨 수 있는 "어떤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족에 집착할수록 사람은 자기파괴적으로 변모한다는 것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고독을 없애야만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인지, 욕망을 무조건 충족해야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 나에게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 책 속 한 줄
p. 20 아델은 이 직업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사실 자체를 경멸한다. 이델은 타인들의 시선을 받고 싶다는 욕망 외에 그 어떤 욕구도 가져본 적이 없다. 한때 배우를 꿈꾼 적도 있었다. 파리에 와서 배우 수업에 등록했으나 결국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만 확인했을 뿐이다.
p. 44 뤼시앙(주인공 아델의 아들)은 버겁다. 아델에게 뤼시앙은 좀처럼 맞추기 힘든 거북한 존재다. 아델은 복잡하게 뒤얽힌 여러 감정선 중 어디에 아들을 위한 사랑을 품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아이를 맡겨야 한다는 패닉 상태, 옷 입힐 때의 짜증, 잘 나가지 않는 유모차를 밀고 언덕을 기진맥진 오를 때, 그 모든 일들에 분명 사랑이 있다는 걸, 그녀는 의심치 않는다. 서툴게 매만진 사랑, 일상의 희생양.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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