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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권하는 타로마스터

사물의 중력-이숙명, 나와 내 물건의 이야기

by 힐링 타로마스터 2018.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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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집이 폭망한 후 이사를 자주 다녔습니다. 생활형편에 맞는 집만 구해서 이사를 다니다 보니, 살다보면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부딪혀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다녀야했습니다. 유목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지긋지긋했죠. 이사가 지긋지긋한 진짜 이유는 우리와 함께 했던 물건들 때문입니다. 안그래도 삶 자체도 버거워죽겠는데, 날라야 하는 짐들은 왜이리 많은지. 조금 오래 살던 집에서 다른 집으로 이사할 땐 죽을 맛이었습니다. 우리가 살았던 공간에서 쓰레기가 그렇게 많이 나올 것이란 상상을 못했거든요. 그때부터 물건을 어줍잖게 구매하는 것이 싫어졌습니다.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에서 끝나는게 아니더라구요. 이번에 읽은 이숙명 작가의 사물의 중력이라는 책을 읽으니, 함께 해오던 물건과 작별인사를 한다는 표현이 제대로 와닿았습니다. 그 물건들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저마다의 이유와 변명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데, 선뜻 이별한다는 건, 사람과 이별을 두고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나와 물건의 관계에서 소유하고, 이별하고, 이런 행동패턴들이 반복됩니다. 





■ 사물의 중력 내용 


제목부터 특이한 책입니다. 사물의 중력이라니. 물건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말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읽어보면, 그렇습니다. 사람이 어떤 특정한 물건과 연(?)을 맺기까지, 저마다의 사연과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물건에 끌린다는 건, 물건이 나를 끌어당긴다는 발상,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물건과 나와의 관계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내 삶에서 물건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순환되죠, 소유했다가. 처번했다가, 소유.. 처분. 이런 순환 속에서 사물과 우리는 더불어 살아갑니다. 저자가 물건을 두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찰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물건을 사들이고, 감당도 못하고, 또 처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사연과 추억을 담아냅니다. 그리고 시장경제에 우리자신이 내둘리는 씁쓸한 모습까지 목격할 수 있습니다. 시장경제 뿐이겠습니까. 환경을 걱정하는 마음도 느껴집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저자가 물건과 관련한 사연들을 에피소드별로 적었는데, 독특한 문체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그리고 저자는 아주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추운 겨울이면 동남아로 떠나서 유목민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여행에세이를 들여다보는 기분도 들어요.  특히, 발리에서 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유목민같은 삶을 살아가는데도, 그녀와 물건은 늘 함께하고 늘 이별도 합니다. 그리고 물건과의 연(?)을 두고 고찰합니다. 물건의 존재의 의미와, 무의미도 들여다 볼 수 있어요.




■ 느낀점 


인간이 사회 속에서 생활을 하려면 물건은 필수품입니다. 하지만, 요즘엔 버거울 정도로 물건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수많은 물건들이 우리 삶에 들어오는덴 다양한 이유가 있고 물건에 의미를 붙이기도 합니다. 소유하고 싶을 땐 소유하고 싶은 이유가 있고, 물건을 처분하려면 고민을 하는 것이 우리 각자에게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 삶이 버겁고 힘겹게 느껴지면, 물건으로 채워진 공간을 보고 있자면 마음에 여유는 더 없어지더라구요. 나는 그래서 물건을 잘 안사는 편입니다. 필요한 물건 중에서 떨어지면 구매하는 정도입니다.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면 의미가 많이 퇴색된  물건을 처분하느라 바쁩니다. 근데 책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사들이는 건 아주 쉬운데, 처분하는 일은 더 힘들더라구요. 이럴때면 물건을 필요악의 존재라는 생각이 들정도예요. 물건을 사들이는 방법과 이유가 여러가집니다. 팔랑귀여서 사들이거나, 충동적으로 사들이거나, 필요할 것 같아서 사들이거나, 삶이 윤택해질 것 같아서 사들이거나.. 근데, 그 이유에 따라 사들이고 나면 맘이 빨리 식어버립니다. 그리고 쓰는 물건만 쓰죠. 물건을 대할 때마다 이런 아리너한 감정이 이해 안될 때가 많은데 책에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들여다 보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물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들었던 에피소드는 저자가 의류 폐기물 소각장에 취재갔던 내용인데, 그곳엔 할인까지 떼려도(?) 팔리지 않은 완전 새옷을 폐기는 하는 내용을 읽고 살짝 충격을 받았어요. 왜냐면, 우리는 사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못사는 옷들이 팔리지 않아서 새것인 그대로 폐기된다는 것에서 뜬금없이 돈의 가치와 물건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물건은 구매해서 사용해서 낡아서 버려지기도 하고, 팔리지 않아 새것 그대로 버려진다는 것.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우리가 돈을 주고 물건을 사야하는 건지, 아닌지도.. 생각하게 되구요. 우리를 끌어당겨서 함께 살아가는 물건의 가치, 의미 등을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게 됩니다. 





■ 좋은글귀


p. 89-90 혼자 있을 때도 라면을 냄비에서 국그릇으로 옮겨 담고 김치를 접시에 덜어 먹는 일, 그런 게 바로 자신을 존중하는 방법이란 걸 알았다. 


p. 109 내가 한때 사랑했고 여전히 가치 있지만 내게는 필요 없어진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 행운의 선물이 되어 다시 사랑받는 것. 그거야말로 내가 중고거래를 좋아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단지 물건을 처분하고 싶다면 고물상을 불러 한 방에 보내는게 간단하다. 하지만 나는 나의 물건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었다. (중략) 그것이 쉽게 버려지기를 원치 않는다. 그때 나는 오랜 친구들과 공들여서 긴 이별을 하고 있었다.



p. 114 취향은 나 좋자고 갖는 것이다. 그걸로 돈벌이를 할 게 아니라면 결국 나 자신이 그로 인해 즐거운가 아닌가가 최우선이다. 때로 취향이 일치하는 사람을 만나서 기쁘게 수다를 떨거나 수용할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권해볼 수 있는 있겠지만 아무에게나 강요할 수는 없다.



p. 135 꼭 아끼는 물건이 아니어도, 돈을 좀 들였거나 아직 제 구실을 하는 물건을 처분할 때는 골치가 아프다. 끼고 살자니 공간이 부족하고, 버리기는 죄스럽고, 누굴 주자니 아깝고, 파는 건 귀찮다. 이럴 때 최선은 나보다 그 물건을 아껴줄 사람, 내가 그 물건보다 아끼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에 손님이 오면 뭐 줄 게 없나 두리번거리는 게 습관이다. 이런 경우 선물했다는 뿌듯함보다는 받아줘서 고맙다는 기분이 먼저다.



p. 140-141 취향 없는 사람의 눈에는 이 세계가 포화 상태로 보인다. 우리는 이미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물건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다들 무언가를 더 갖고 싶어 한다. 더 새로운 것, 더 멋진 것, 더 편리한 것을 갖고 싶어 안달한다. 그러고는 폭탄 돌리기 하듯 서로에게 짐을 떠넘긴다. 어쩌면 우리는 그걸로 공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채우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공허감이든 허영심이든 불안함이든, 채워지지 않을 무언가를. 



p. 169 그리하여 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사고, 후회하고, 가까스로 한 군데 정착하지만 '아, 요것만 어떻게 좀 했으면' 싶은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그렇게 나는 내가 죽은 후에도 지구상에 굴러다닐 쓰레기를 또 살 것이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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