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만큼 힘겨운 일도 없죠. 때에 따라 비판도 해야하고, 맞지 않는 건 맞춰가면서 살아가야하는데 참 여유있는 소리다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모든 것들이 내 삶에 걸림돌인데, 그 걸림돌을 보고 있자면 화부터 나는데, 뭘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건지, 정말로 알다가도 모를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걸림돌에 수십번 걸려보니,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더라구요. 걸림돌을 무조건 방해요인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걸림돌은 걸림돌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왜 걸리고 멈춰지게되는지, 생각합니다. 무조건 앞으로 나가기만 할 뿐, "앞으로 나가는 이유와 방향성"이 전혀 없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있는 그대로 봐야, 본질이 눈에 보입니다. 걸림돌은 걸림돌의 역할만 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걸려서 멈춰보니, 보이는 것들이 있었죠.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일맥상통하죠. 대부분 무엇 때문에 나아가려는지도 모른채, 걸림돌에게 원망하고, 제거하는데 온 힘을 씁니다. 그러면,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을 찾으려는 시야도 가려지고요. 평생 걸림돌과 씨름하는 삶만 살다가겠죠. 상상만해도 끔칙한 일이라 생각이 들어, 있는 그대로 보고 주변을 둘러보기로 맘 먹습니다. 받아들임에 관한 흩어져있던 생각들을 한번에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 시인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입니다.
■ 지구별 여행자 내용
시인 류시화가 젊은 날에 밀려오는 허무와 본질에 대한 갈망으로 인도여행을 떠났고, 15년 동안 인도를 여행하며 경험하고 깨달음을 얻은 내용을 담은 에세이 입니다. 시인 감성으로 적어 내려간 글귀로 적어 내려간 인도여행의 에피소드가 참 흥미롭습니다. 인도 사회, 문화, 분위기, 사람들의 채취가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에세이를 통해서 영적스승을 뜻하는 "구루"의 존재도 알게 되었고요. 인도를 오고가며 시인이 갈증을 느꼈던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혜안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 느낀점
지구별 여행자라는 제목의 책이 남편의 선반 위에 그대로 꼿혀져 있었습니다. 책도 인연이 맞으면 딱- 읽게 되잖아요. 이 책도 그 책 중에 하나입니다. 눈에 늘 밟혔고, 아침독서 때 읽었습니다. 단순한 여행에세이로만 본다면 오산! 많은 내용을 한 번에 접할 수 있어요. 인도를 간접적으로 여행하고 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왠지 인도를 다 알게 된 느낌이랄까요? 여유만 되면 내일 당장이라도 인도를 갈 수 있을 것 같은 충동도 샘솟습니다. 인도사회와 문화에 대한 단순한 동경만 그려놓진 않앗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인도를 책에 그려 놓았습니다. 특히, 인도 사람들의 뻔뻔함이라 해야할까요? 영적 깨달음과 마음 수양을 추구하는 인도에서는 인도사람들도 물질엔 찌들어도 마음만큼은 여롭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멋진 말을 던지곤 돈을 달라는 기이한 풍경. 뭔가 덤탱이를 씌우는 것 같으면서 명언을 날려주는데, 읽는 내내 솔직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 또한 문화차이에서 오는 어이없음이겠지요. 처음엔 인도인들이 이해되지 않앗습니다. 적절한 경계태새를 가지고 인도인들을 들여다 봤는데, 어느순간 설득당한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도인들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어이없는 일이 어디 인도뿐이겠습니까. 우리 일상도 크게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게 책장을 넘길수록 인도를 받아들이게 되더라구요. 참 신기했습니다. 첨엔 경계로 시작했다가 익숙함으로 마무리한 에세이예요. 마음도 든든해지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더라구요.
■ 좋은글귀
p. 15 인간 존재의 완성을 이룬 자, 깨달음을 어은 자는 누구인가? 그는 천한 사람이든 귀한 사람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선한 자든 악한 자든 모든 인간 존재에게서 신을 발견하는 자라고 비하르 요가 학교의 창시자 스와미 사티야난다는 말했다.
p. 39 "한 가지가 불만족스러우면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운 법이오. 당신이 어느 것 한 가지에 만족할 수 있다면, 당신은 모든 것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오."
p. 40 "신이 준 성스런 아침을 불평으로 시작하지 마시오. 그 대신 기도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시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불평을 한다고 해서무엇을 얻을 수가 있겠소? 당신이 할 일은 그것으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일이오."
p. 43 "행복의 비밀은 당신이 무엇을 잃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얻었는가를 기억하는 데 있소. 당신이 얻은 것이 잃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기억하는 일이오."
p. 51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이 삶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삶에서 겪게 되는 대강의 줄거리들을 나 자신이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라고. 자신에게 필요한 배움을 얻어 더 높은 영혼의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p. 112 때론 그런 것이다.자의든 타의든 어느 순간 우리는 아무도 없는 진공 상태 같은 곳에 던져진다. 길은 가도가도 끝이 없다. 그곳에선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딘가를 향해 가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p. 114 해가 뉘엿뉘엿 지고, 집시들은 침묵과 평화로움 속에 한 지친 여행자를 말없이 받아들였다.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은 넉넉한 사람들이었다./그들은 내게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중인지조차 묻지 않았다.
p. 146 "점성술사는 내가 몇 살에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게 될 것인가를 예언하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삶을 찾는 일이라고. 그것이 곧 내 운명을 실현하는 일이라고 말예요. 그땐 그것이 잘 이해가 안 갔지만, 지금은 그 뜻을 알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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