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자기 주장이 강하고 반대와 갈등에 한 번씩 부딪히는 성격이라, 마찰이 일어나면 겉으론 당당한 척하지만 돌아서면 "내탓이요"하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으니 내탓이려니 생각하라는 그말. 솔직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내 탓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데, 왜 무조건 내 탓만 하라는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누구하나 붙들고 이 억울한 심정을 모두 표출할 수 없을 땐 내가 마주할 수 있는 건 나 자신 밖에 없습니다. 전적으로 나에게 전하는 위로의 말을 건내고 싶을 때, 라이언, 내곁에 있어줘를 읽었습니다.
책 내용을 접하기 앞서 라이언의 성장 배경과 성격이 책 초반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아주 소박해 보이는 저 라이언이 아프리카 둥둥섬의 왕의 계승자로 태어났다고 ㅋㅋㅋ 수사자 이지만 갈기가 없어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으며 왕이 되기 보단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몰래키웠다고 합니다. 반복되는 왕궁의 생활에 지겨움을 느낀 라이언은 둥둥섬 탈출에 성공하고 자신처럼 컴플렉스를 가진 친구들을 만나면서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며 신나는 모험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생긴 것(?)과 달리 배려심도 깊고 따뜻한 리더십을 가진 라이언의 캐릭터 특성을 설명하며, 전승환의 글이 마치 라이언이 전하는 메세지처럼 느껴지도록 합니다. 발상 자체가 참신하다는 말밖에~!! 그리고 1) 무표정한 내가 좋아 2) 이 별에 딱 하나 있습니다. 3) 누군가를 바꾸지 않겠다는 결심 4) 내 곁에 있어줘 5)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생각해볼래 와 같이 주제별로 총 5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의 후반부엔 라이언 외에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특성도 언급해 두었는데, 이들의 특징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 느낀 점
카카오 프렌즈는 우리들 일상에 이미 스며들어 있는 때론 가족과 같고 친구 같은 아주 친숙한 캐릭터입니다. 카카오 캐릭터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라이언이 책 표지에 떡~하니 무던하지만 따뜻한 표정을 짓고 꽃다발을 내미는 모습에, 단순히 라이언을 갖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게 합니다. 라이언만 봐도 마음이 편해지는데 거기에 책 읽어주는 남자로 유명한 작가 전승환의 심금을 울리는 글귀와 콜라보라니! 조금 의아했습니다. 책 내용이 가볍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책 내용에 큰 기대를 안한 덕분일까요? 아니면, 라이언과 전승환의 글의 조화가 잘 맞아 떨어진 덕분일까요? 책 내용을 가볍다는 생각이 쏙 들어가고, 글자 한 자 한 자에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내가 나에게 전하고 싶은 위로이기도 했고, 타인으로부터 듣고 싶었던 위로이기도 했으니까요. 내가 살아온, 내가 처한 상황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단, 전적으로 나의 감정에 몰입하여 전적으로 날 위한 말들이 마음에 세세하게 꼿힙니다. 뻔한 말 조차도 내가 듣고 싶었던 위로의 한 조각처럼 느껴지고요. 글귀가 때론 시, 일기, 편지, 에세이 등 다양한 형태로 담겨져 있고, 거기에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라이언까지 있으니, 마음도 든든해집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 격려 그리고 위로를 주는 것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똑같은 관심 받고 싶잖아요. 어린애 같은 소리하지 말라는 소리 안들을려고, 어리광조차 부릴 수 없어서 마음과 감정과 숨겨야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어린 아이가 되어도 좋습니다. 그리고 사랑과 관심, 따뜻한 위로를 마음껏 받아도 좋고요.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모든 문제적 상황을 두고, 무조건 "내탓이요"라고 외치는 모든 분들이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내탓이요"만 외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거든요. 문제적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힘, 용기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나를 위로하며 나에게 관대해지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거든요. 이 책을 권해주고 싶은 한 사람이 내 주변엔 있습니다. 그 친구에게 추천하려고요.
■ 좋은 글귀
p. 24-25 가식적인 표정을 강요받는 사이, 미소 짓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진짜 감정을 감추어야 하는 사이, 그런 사람들과는 점점 멀어지는 일만 남는다.(중략) 너와 내가 서로에게 일방적인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무표정 속에 감춰진 다양한 감정선을 존중할 수만 있다면 조금더 가까운 존재로 남을 수 있을 테니
p. 28 온화한 미소를 띠는 사람이 친절해 보이고, 환한 웃음을 짓는 사람에게 더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뚱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이 무례한 것도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중략)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나를 위해 내가 지어 보일 수 있는 표정을 갖는 일,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나를 위한 감정만을 느껴보는 일이다.
p. 41 제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나의 생각으로 지켜온 내 인생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줄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지. 그래서 누가 뭐라건, 나는 나로 활짝 피어날 거야.
p. 54-55 복잡한 세상, 모든 것을 알 수 없는데도 두세 가지 더 알기 위해 집착하는 것보다 남보다 하나 더 안다고 으스대는 것보다 배움에는 끝이 없는 것을 인정하고 하나라도 더 알았음에 고마워하는 것이 좋더라고요.
p. 87 우리는 너무나 사소한 일에 연연하며 사는 것 같다. 작은 실수에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내 행동을 어떻게 생각할까 눈치 보면서. 난 그럴 때 화가 밥 아저씨의 말을 떠올린다. "우리는 실수를 하지 않아요. 그저 즐거운 우연이 생기는 것뿐이죠."
p. 119 보이지 않는 배려는 사람을 감동시킨다. 상대가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 그에게 좋은 가치가 무엇일지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의미로 다가가야 한다. 스스로가 선입견을 만들어 누군가의 배려를 함부로 오해하지 않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p. 126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공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면 부담스럽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려고 들면 마음이 열리기는커녕 벽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p. 137 진심을 담은 말은 결국 말하는 이에게도 힘이 되어준다. 말을 건넨 사람의 입에 남아 있는 그 마음의 흔적만큼.
p. 145 어른이라는 틀에 갇혀 숫자가 최고의 가치라고 고집하며 뭐든 다 아는 척, 잘하는 척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 그러니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되고 싶지도 않다. 인생에서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 속도를 따라서, 내 방식대로 찾아가고 싶다.
p. 155 마음의 공허함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열어두는 것, 누군가의 작은 호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그런 상태가 아닐까.
p. 215 그런데 어차피 벌어진 일, 대체 왜 그런 건지 속상해하고 곱씹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어쩌면 생각보다 큰일이 아닐 수도 있고,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고민하는 것조차 너무 힘들다면 될 대로 되라지, 하고 내버려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잠시 생각을 쉬는 동안 엉켜 있던 실타래가 풀릴지 누가 알까? 생각의 끝에 닿으면, 뭔가 결론이 날지도.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책을 읽고 주관적 관점으로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전승환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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